18th Busan Internatianal Dance Festival 2022

“희망의 춤, 부산에서 하나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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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부산국제무용제 [국제신문][국제칼럼] 부산국제무용제, 굴하지 않았다! /조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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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810회 작성일 21-07-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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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7일 제1회 부산국제무용제(BIDF)가 광안리해수욕장 백사장 특설무대에서 개막했을 때, 문화부의 춤 담당 기자였던 나는 현장에 있었다. 닷새 동안 열린 제1회 BIDF의 해변 공연을 모조리 봤다. 시원스런 수평선을 배경으로 무대를 배치하고, 객석은 백사장에 설치했으므로 공연 취재를 끝내고 집에 오면 주머니와 신발에서 모래가 나왔다. 춤꾼이 무대에서 춤출 때 밤바다에서 물안개가 올라오기도 했다. 누구나 앉는 ‘개방형’ 객석과 야외공연이 만났으니 에너지는 높았고 에피소드는 끊이지 않았다( 8월 광안리 밤바다였다).

그 뒤로 6, 7년 또는 7, 8년을 내리 BIDF 해변 공연을 거의 본 것 같다. 해운대와 광안리 백사장 특설무대의 밤 공연·낮 공연은 부산에만 있는 ‘시그니처 메뉴’의 잠재력을 농축해갔고, 신진 육성을 위한 AK21 국제안무가육성경연 등은 BIDF 명성을 높였다. 외국 공연 팀은 BIDF에 오고 싶어 했다. 외국과 국내 다른 고장에서 부산에 온 팀은 ‘지하철’(시외버스가 아니다!) 타고 조금 가면 닿는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해수욕장이 서너 개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경악했으며 그 바다에서 춤 페스티벌을 연다는 점에 환호했다.

BIDF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약간 오래전 일이긴 한데, 멀리 내다보는 철학·전략·방향이 안 보이고 식상한 기획은 되풀이되는데 지역 예술계에 쌓이는 성과조차 미미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나 또한 ‘문제점이 있을 순 있지만 누적되는 건 곤란하다’고 판단하고는 나름대로 독하게 BIDF를 비판하는 칼럼을 쓴 뒤 행여 BIDF 관계자를 마주칠까 봐 며칠 ‘잠수’를 탄 적이 있다. 당시 그 칼럼을 읽고, 만나자고 연락해와서는 진지하게 진단과 대안에 관해 물었던 분이 있었는데 바로 지금의 장정윤 BIDF 운영위원장이다.

몇 달 전이었다. 장정윤 BIDF 운영위원장이 직접 전화를 해왔다. “당신은 부산국제무용제를 오랜 기간 연속으로 취재했으니 할 말이 있을 것 아닌가? 올해 제17회 행사(6월 4~7일)의 사전 부대행사인 BIDF 토크콘서트에 토론자로 나와 달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두 가지였다. ‘뭐? 토크콘서트? 부산국제무용제가 이렇게 참신한 시도를 하는 데가 아니었는데, 이게 뭔 일이래?’ ‘아니! 벌써 17회라고?’

토크 콘서트 출연진은 무용평론가 김채현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강창일 금정문화회관장이었다. 이태상 신라대 교수가 진행했다. 이쪽 강호의 맹장, 고수들이라 주눅들었지만, 무모하게 출연했다. 참가 소감은? 코로나19 상황이라는 이유로 수동태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무엇이든 처지에 맞게 시도해서 변화를 모색하고 대응하겠다는 활력을 느꼈다. 그 뒤 ‘제17회 부산국제무용제’에 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 일이 쉬웠다. 부산국제무용제 유튜브에 올해 행사를 거의 모두 올려놨기 때문이다.

그 이전 해의 행사 동영상도 있지만, 2021년 제17회 자료는 훨씬 체계를 잘 갖췄고 다채롭다. 이 페스티벌의 핵심은 춤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외 공연팀은 코로나19 탓에 부산에 못 왔다. 해외 팀에게 ‘BIDF의 성격에 어울리는 작품 영상’을 받아놨기에, 신속히 온라인 공연으로 돌렸다. 국내 팀은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오프라인·온라인 공연을 알맞게 배분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다른 영역에서도 훨씬 유연하고 도전적인 ‘첫 시도’가 여럿 이뤄졌다.

예컨대 영화의전당과 협업해 ‘BIDF 댄스 인 시네마’ 섹션을 부대행사로 과감하게 마련했다. 모리스 베자르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춤으로 재창작하는 과정을 담은 ‘댄싱 베토벤’을 상영한 뒤 평생 현대무용을 추고 연구한 장정윤 운영위원장이 해설하고 관객과 대화하는 식이다. 강형철 감독의 ‘스윙키즈’는 김태성,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는 성은지 씨가 해설했다. 유튜브에서 들어보면 무용가가 해설하는 영화 속 무용은 확실히 다르다. ‘시민모바일댄스’도 공모했다. 시민이 찍은 춤 관련 영상을 공모해 시상했다. 해운대 해변에 방역 수칙을 지키며 특설무대를 만들어 시민이 춤에 참여하게 했다.

BIDF가 올해 처음 시도한 몇 가지는 ‘초연결시대’에 적응하며 시민 참여를 높이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어떤 이는 본업인 ‘무대에서 직접 하는 춤 공연’에만 집중하면 되지 다른 것은 왜 하는가’ 하고 비판할 것인데, 상황이 그렇지 않다. 콘텐츠와 미디어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좋은 작품, 좋은 기사를 생산해 내놓으면 고객·소비자가 알아서 선택하게 돼 있다는 말을 이 시대에는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야속한 세상 변화에 굴하지 않고, 수용자·향유자와 관계 맺는 방식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시국에도’ 굴하지 않고 새로 시도하는 BIDF의 몸짓을 환영한다.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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